Jeju Life/올레 종주
[18코스] 사라봉 ~ 별도봉 산책길 ~ 삼양 ~ 조천
밤 편지
2023. 12. 2. 21:34
날씨가 좋았다.
올레길을 걸어온 많은 나날들 중에 아주 쾌적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?
우박, 비, 걷기 힘들 정도의 바람, 추위, 강한 햇빛..
종주를 하며 대부분의 날들은..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극복하며 걸어야 했다.
그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까.
오늘은 감사하게도 편안하게 걷기에 좋은 날이었다.
춥지 않고, 바람도 잔잔했다. 구름이 덮혀서 더 포근하고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.
공기가 습기를 머금은 덕분인지, 사라봉을 넘어 별도봉 산책길을 걷는 동안 나무 냄새가 무척 좋았다.
제주에 와서.. 느꼈던 그 냄새..를 잊을 수 없다.
바다 내음도 나고, 꽃 향기도 났다.
도시의 냄새와는 달랐다.
공기도, 물도 다른 이 곳..
걸으면서 생각했다. 언젠가 돌아와야지.
정말 떠나기가 싫다.
서울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, 유학을 가는 기분이다.
마치 제주가 본디 있어야 할 곳인 것처럼..
하지만 내게 학교가.. 마치 돌고 돌아서 15년만에 다시금 안기는 품과 같 듯이..
언젠가는 여기 제주도.. 다시 돌아올 날이 있겠지..
올레길을 걷다보면 빈 집이 눈에 자주 띈다.
심지어 초가지붕의 집도 상당히 있다..
누군가가 살던.. 사람의 온기가 있던 집이 었을 텐데.. 주인 없이 빈 집을 보면..
누군가가 살던 흔적을 보면.. 기분이 이상하다..